• 입력 2020.12.23 10:44
  • 수정 2020.12.24 15:54
[이포커스=정석현PD]
▲ [이포커스=정석현PD]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지원금이 내년초에는 3번째 지급된다. 1차는 14조원 규모로 전 국민 대상 지급이었고 2~3차는 선별 지급 형태다.

재난지원금 지급이 추진될때 마다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를 놓고 논란을 빚었다. 코로나 사태로 대다수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논란은 소모적이라는 지적도 적지않았다.

과연 그럴까. 올 상반기에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다소 충격적이다. 중산층 이상, 상위계층까지 싸그리 받았던 재난지원금이 새 가구를 장만하는데 가장 많이 쓰였다고 하니 입이 다물어지지않는다.

국책연구기관 KDI가 23일 발표한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재난지원금이 가장 많이 간 곳은 (준)내구재 분야였다. 구체적으로는 재난지원금 지급 직후인 신규 확진자 발생 23주차의 가구 매출은 19.9%, 의류·잡화 매출은 11.1% 급증했다.

재난지원금으로 가구를 새로 장만하고 옷도 사입고 했다는 의미다. 재난지원금을 식당 같은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풀려던 당초 취지가 무색했다는 이야기다.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은 하위계층들은 재난지원금으로 생필품을 구입하며 요긴하게 사용했다. 당시 한 50대 시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국가로 부터 보호를 받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진다"는 글을 올려 큰 공감을 받기도 했다.

가구를 장만한 사람들은 이와는 전혀 무관한 중산층 이상 상위계층이 아닐까 싶다. 국가로 부터 도움의 손길이 필요치 않았던 사람들에게 까지 혈세를 내어준 게 아닌지 진한 아쉬움도 든다.

지난 5월 1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앞서 기부의사를 묻는 한 설문 조사가 있었다. 조사대상 1909명 가운데 20%가 '일부 기부의향이 있다', 12%는 '전액 기부하겠다' 고 응답했다. 기부 의사를 나타낸 사람이 무려 32%나 된 셈이다.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실제로 기부한 사람이 몇명이나 되는지는 공개가 되지않아 현재로선 알 길이 없다. 다만 가구와 의류 매출이 가장 높았다는 KDI보고서를 통해 실제 기부자수는 많지 않았음을 짐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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