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1.01.21 12:19
  • 수정 2021.01.21 14:14
[산업부=이길재 기자]
▲ [산업부=이길재 기자]

르노삼성차가 또다시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사유는 적자전환이다.

르노삼성차는 20일 희망퇴직 실시와 관련해 "내수 시장의 심화된 경쟁 구도 속 부진을 겪는 가운데 지속적인 고정비 증가가 맞물려 내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정비용을 최대한 줄여 적자구조를 타개하겠다는 이야기다. 고정비용은 결국 인건비를 말한다.

이번 희망퇴직으로 몇명이나 회사를 떠날지는 알 수 없다. 앞서 르노삼성차는 지난 2011년과 2012년에도 적자를 내자 희망퇴직으로 직원들을 내 보냈다.

회사가 적자를 낼때마다 고용을 줄이는 방식을 동원하는 것이다. 이는 고통분담을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적자를 낸 당해에 곧바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에 익숙해진 건 아닌지 의구심도 든다.

특히 강성 노조를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희망퇴직이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조가 르노그룹 CEO에게 신차배정을 요청했다가 거절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실제로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일 전세계 사업장과 노동조합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화상회의 직후 박종규 르노삼성 노조위원장이 “SM6와 QM6 후속물량이 늦어지면서 시장 대응이 힘들다”며 묻자 “3~4개 정도의 모델이 교체 모델로서 흥미로울 것으로 본다”면서도 “그렇다고 한국에서 생산할지는 모르겠다”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어 “르노삼성의 경쟁력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데 메오 CEO가 말한 경쟁력이란 르노삼성차 노조의 강성화다. 실적 부진속에 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니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의미다. 이런 공장에 물량을 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차 노조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르노그룹 CEO의 발언 직후 희망퇴직이 발표된 점은 뒷맛이 씁쓸하다. 노조는 당연히 반발하는 입장이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상을 아직 타결짓지 못했다. 희망퇴직까지 실시하는 마당에 향후 노사협상은 더욱 험난할 수 밖에 없다. 그야말로 르노삼성차는 '풍전등화'의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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