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12.22 08:41
  • 수정 2020.12.22 16:07
[이포커스=이길재 기자]
▲ [이포커스=이길재 기자]

쌍용자동차가 산업은행에서 빌린 900억원 대출 만기를 하루 앞둔 지난 20일. 시장에서는 대출 만기 연장에 매우 부정적 분위기가 감지됐다. 쌍용차가 'SUV 위주의 라인업에다 디젤 차종 중심이어서 기업 영속성이 현저히 낮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다.

결과는 이같은 분위기 그대로 나타났다. 산업은행은 더 이상 대출만기 연장 불가를 방침을 밝혔다. 앞서 쌍용차는 지난 15일 외국계 금융사에서 빌린 600억원의 대출을 갚지 못해 연체 상태다. 채무불이행, 즉 신용불량의 전 단계로 접어든 셈이다. 개인도 빚을 갚지 못하면 개인회생을 신청 하듯이 쌍용차의 남은 선택은 기업회생(워크아웃)이다.

21일 쌍용차는 11년만에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법원이 받아들이면 앞으로 쌍용차는 급여와 세금 등을 제외한 모든 채무가 동결되고 경영은 채권단이 관리한다. 회생 기간 동안 성실히 채무를 상환하며 경영이 정상화 된다면 이름 그대로 '회생'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반면 법원이 기업회생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받아들이더라도 회생을 제대로 못할 경우 청산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쌍용차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쌍용차는 산업은행의 공식적인 대출만기 연장 불가 방침이 나오기 전 선제적으로 기업회생을 전격 신청했다. 쌍용차는 이날 회생절차 개시 여부 보류 신청서(ARS)도 동시에 접수했다. ARS는 법원이 채권자들의 의사를 확인하고 회생절차 개시를 최대 3개월까지 연기해주는 제도다. 기업회생을 신청한 기업이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하고 채권자 등 이해 관계자들의 합의 아래 기업회생 신청을 취하할 수 있게 한다.

쌍용차는 이 3개월 동안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야 하는 절박한 처지다. 쌍용차에 주어진 마지막 3개월인 셈이다.

지난 2009년 상하이기차로 부터 쌍용차를 인수한 인도의 마힌드라는 그 동안 신차 개발 등에 대한 투자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유동성 위기를 겪을때마다 산업은행 대출에 기대어 온 탓에 국민적 반감도 컸다. 혈세로 외국계 기업을 먹여 살리느냐는 비판이다.

하지만 쌍용차의 뿌리는 한국 기업이고 대다수 종사자 또한 우리 국민들이다. 쌍용차가 상하이기차와 마힌드라를 거치면서 비록 투자는 없었더라도 무쏘, 코란도, 렉스턴으로 이어지는 국민 SUV의 명맥을 절실하게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국산차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쌍용차에 드리워진 암운이 걷혀 기사회생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 지나친 기대일까.

저작권자 © 이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