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12.24 10:17
  • 수정 2020.12.24 18:11
[경제부 곽유민 기자]
▲ [경제부 곽유민 기자]

연말을 앞두고 은행권에 '대출 한파'가 들이닥쳤다. 시중 은행들이 일제히 대출 지갑을 닫아서다. 지난달 신용 대출 잔액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에서 총량 규제에 나선 것이 주된 이유다.

실제로 5대 시중 은행의 신용 대출 증가액은 11월 4조8495억원으로 급증했다. 다행히 금융당국의 조치 이후 지난 21일 기준, 신용 대출 증가액은 1225억원에 그쳤다. 이달 들어 은행들이 신용 대출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통상 은행권 신용 대출은 신용 등급이 최소 3등급 이상인자, 기존 대출 여부, 소득 대비 상환 능력 등을 엄격히 따진다. 해당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대출 신청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은행 자체로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신용 대출을 옥죄고 있는 동안 연말 연초 급히 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은 아우성이다. 은행 대출 적격자들 중 상당수는 울며 겨자 먹기로 2금융권에 몰리고 있다. 현행 대출 심사 시스템상 제2금융권 대출로 넘어간 사람들은 다시 은행권으로 돌아오기는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은행 대출이 아예 막히다 보니 하향 대출이라도 받으려는 것이다.

이 같은 '풍선효과'는 이미 지난달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지난 10월부터 연말까지 은행권의 월간 신용 대출을 2조원대로 억제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두고 은행들을 압박해 왔다. 이 때문에 지난달 제2금융권 가계 대출은 4조7000억원 증가하며 2016년 12월 이후 4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은행권이 대출 지갑을 아예 닫은 이번 달은 제2금융권의 가계 대출 증가액은 이보다 훨씬 커질 것이 확실하다.

이럴 경우 금융당국은 또다시 제2금융권에 대해서도 가계 대출 규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종의 '두더지 잡기'식 규제다.

이번 은행권의 신용 대출 한파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3일 출입기자단과의 온라인 간담회에서 “하반기 들어 신용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 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해 긴장하고 있다”며 “그동안 나름대로 총량 관리를 해 오고 있었는데 당분간 유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 원장 말대로라면 은행권 대출 옥죄기는 내년 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짙다.

금융권 리스크 관리는 필연적이다. 하지만 이번 대출 옥죄기가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금융당국은 한 번쯤은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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