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1.01.06 10:32
  • 수정 2021.01.11 22:40
[산업부=곽도훈 기자]
▲ [산업부=곽도훈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국회 통과가 임박했다.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중대 재해에 대해 원청 사업장과 사업주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법 제정 취지다. 처벌이 강화되면 재해가 줄어들까하는 의문이 적지 않음에도 해당 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는 이들도 결코 적지 않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중대 재해의 천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 OECD 국가 중에서도 중대 재해 발생 건수가 최상단에 위치해 있다. 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업무일수록 하청 위주로 구성된 한국의 산업 구조상 이같은 오명은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위험한 업무에 하청 노동자들을 투입하면서도 안전 관련 비용은 줄이려는 기업들의 속성 때문이다. 반면 중대 재해 발생시 처벌 수위는 OECD 국가 중에 우리나라가 가장 허술하다. 이렇다 보니 원청 업체들은 중대 재해가 발생하더라도 기껏해야 벌금형 정도의 처벌을 받고 있다. 중대 재해가 반복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의 구조다.

국회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자 나섰지만 노동계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실제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5일 중대산업재해 관련 처벌 수위를 일부 낮추는 방향으로 합의했다. 중대산업재해로 사망 사고가 발생시 경영책임자에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법인에는 '50억원 이하 벌금'을 적용하기로 하고 법인 처벌규정에는 하한형을 두지 않기로 한 것이다.

당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징역 2년 이상, 5억원 이상 벌금’이었다. ‘징역 3년 이상’이라고 명시한 정의당 법안과 비교하면 후퇴 폭이 더 크다. 법인에 부과하는 벌금의 경우 고의가 인정됐을 때 매출액의 10%를 벌금에 가중한다는 조항도 삭제됐다. 법제정 취지만 살린채 슬그머니 후퇴한 법안이라는 비판을 살 법 하다.

이런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6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초래할 수 있는 5가지 문제점’이란 보고서를 내놨다. 이들 법안이 하청 수주 감소 등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 과연 설득력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을 빚고 있다.

전경련은 보고서에서 '중대재해법 도입 시 원청이 안전관리에 대한 비용 부담으로 사업확장을 주저하거나 도급을 축소해 하청의 수주가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2019년 국내 중소기업 중 수급을 받는 기업 비중이 42.1%로, 수급 기업의 매출액 83.3%는 위탁 기업 납품에서 나온다는 중기부 통계를 인용했다. 게다가 전경련은 '기업규제 3법 통과에 이어 중대재해법마저 제정되면 국내 기업 환경은 최악으로 치달아 생산 기지의 해외 이전 유인이 증가할 것이다' '외국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기피해 산업 공동화가 가속될 것이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알맹이가 빠진 채 국회를 통과하려하자 이마저도 무력화 하겠다는 전경련의 시도는 엄포일까 호소일까 구분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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